언론이 본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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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임의 세상풍경]1월의 어느 일요일, 파리에서 - 함정임 한국어문학과 교수
2016.01.14 조회수 833
[함정임의 세상풍경]1월의 어느 일요일, 파리에서 - 함정임 한국어문학과 교수함정임한국어문학과 교수1월7일 목요일 저녁,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내렸다. 2년 만이었다. 입국 수속을 간단히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어두웠고, 대기는 음울했다. 고속전철(RER)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한창 이동이 많을 8시쯤이었는데, 예상외로 전철 안이 한산했다. 전철은 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역에 정차했다가 출발했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짧은 사이 1월의 음습한 밤바람이 한 움큼 들어왔다 나갔다. 도심으로 들어오는 동안 플랫폼에서, 전철 안에서, 환승역 지하도에서 나도 모르게 사람들 표정을 살피고, 그림자 꼬리를 자르듯 두려움을 떨쳐 내며 걸음을 빨리했다. 예전에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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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흠 변호사의 법률 속 성경 이야기] 침묵의 재판 - 박상흠 법무·감사실 팀장
2016.01.14 조회수 1169
[박상흠 변호사의 법률 속 성경 이야기] 침묵의 재판 - 박상흠 법무·감사실 팀장박상흠법무·감사실 팀장형사재판정에 들어설 때면 늘 빌라도 법정에 서신 예수님을 어떻게 변호할 수 있을까 떠올리곤 한다.“빌라도: 박변, 최후 변론 하시오.”“박변: 재판장님! 유대 검찰총장 대제사장은 피고인 예수를 신성모독, 민족반역, 납세거부를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공소 사실은 유대인의 종교와 관습에 관련된 것으로, 로마법이 적용되어야 할 본 법정에서는 재판권이 없는 바 공소기각 되어야 합니다. 모세의 법률을 적용하더라도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릴 뿐만 아니라(막 14:56∼59) 허위일 가능성이 큰 점 등 명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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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삶을 흔든 한 권] 소설의 모든 것, '개종'과도 같은 전환점 되다 - 함정임 한국어문학과 교수
2016.01.14 조회수 1050
[부산일보/삶을 흔든 한 권] 소설의 모든 것, '개종'과도 같은 전환점 되다 - 함정임 한국어문학과 교수함정임한국어문학과 교수처음엔 그 책이 왜 좋은지 몰랐다. 한 페이지를 읽는 데도 몇 시간씩 고투해야 했고, 시험 때에는 통째로 외워야 했고, 정신을 집중해 낭독을 듣고 또박또박 써내야 했다. 대학 3학년 봄에서 여름까지 소설 전공 강독 수업은 그렇게 지독하게 흘러갔다.세월이 지난 뒤 다시 그 책을 펼쳐 보리라고, 소설을 쓸 때마다 숨을 쉬듯 함께하리라고 그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인생을 알기도 전에 만나서, 벅찬 감동은커녕 부담만 느끼다 시나브로 멀어지는 작품들이 있다.조이스의 '율리시스', 도스토옙스키의 '악령', 카뮈의 '이방인',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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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기고] 지도자라면 스피치 매너 갖춰야 한다 - 노진기 평생교육원 교수
2016.01.14 조회수 1054
[국민일보/기고] 지도자라면 스피치 매너 갖춰야 한다 - 노진기 평생교육원 교수노진기평생교육원 교수각계각층의 지도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스피치 매너를 분석해보면 한마디로 안타깝다. 상당수가 내면의 세계를 표출해내는 스피치 스킬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청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지도자가 아무리 좋은 전략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더라도 타인에게 마음속 깊이 공감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파괴력 있는 스피치 매너는 다른 사람을 설득시켜 동기 부여를 일으킨다. 그러면 상대는 리더가 원하는 비전과 목표에 부합되도록 스스로 움직인다. 말로써 사람의 마음을 얻은 결과다. 특히 한 나라의 지도자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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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인문산책] 한 말씀만 하쇼셔 - 김성언 한국어문학과 교수
2016.01.14 조회수 1051
[부산일보/인문산책] 한 말씀만 하쇼셔 - 김성언 한국어문학과 교수김성언한국어문학과 교수엄숙한 미사 막바지, 예수님의 성체를 받기 직전 천주교 신자들은 입을 모아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라고 외친다. 복음서에 나오는 백인대장의 호소를 패러디한 전례인데, 이때 '한 말씀'은 잔소리 길게 말고 짤막하게 하라는 불경한 부탁은 물론 아닐 테고, 불쌍한 우리 인간의 고통을 씻어 줄, 권위 있고 자비에 가득 찬 생명의 말씀을 한마디라도 들려주십사 하는 간절한 기구이겠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삶의 진리를 갈구하는 중생들더러 "무상(無常)이니라"라고 외마디 법륜을 굴리셨다. 또 '법구경'을 통해 "천 마디를 줄줄 외우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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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임의 세상풍경] 책과 미디어 아트의 유쾌한 만남 - 함정임 한국어문학과 교수
2016.01.14 조회수 871
[함정임의 세상풍경] 책과 미디어 아트의 유쾌한 만남 - 함정임 한국어문학과 교수함정임한국어문학과 교수새해 첫날, 바닷가 언덕의 서재에서 등대로 내려가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조촐하게 떡국을 끓여 아침식사를 한 뒤, 어제와 다름없이,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원고를 썼다. 오후에는 서재에서 잠시 벗어나 광안대교를 건너 이기대 기슭에 있는 작은 미술관으로 나들이 갔다. 바다를 건너기 전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앤디 워홀 전시가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영화의 전당에서는 빔 벤더스 감독의 이 막 상영을 시작했다. 고은갤러리에서는 전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부산에는 드넓은 바다와 마주할 수 있는 전망대가 해운대와 태종대 말고도 여럿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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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메디칼럼] 의료, 실존에 앞서는 생존 - 이규열 의과대학 의학과 정형외과학교실 교수
2015.12.29 조회수 1270
[국제신문/메디칼럼] 의료, 실존에 앞서는 생존 - 이규열 의과대학 의학과 정형외과학교실 교수이규열의과대학 의학과정형외과학교실 교수문학·인문학적 소양 함께 갖춰야 참된 의사 된다고 가르쳤지만 편하고 돈 되는 '과'만 몰리는 현실 S형, 이게 다 우리 기성 의료인 잘못…내부 문제에 눈감은 탓이 크지요S형, 2015년이 저물어 갑니다. 한 해를 뒤돌아본다는 상투적인 생각은 이제 남은 생을 어떻게 정리하느냐하는 걱정에 가려진 지 오래입니다. 하루를 반성하고 한 해를 잘 마무리해야 내일과 미래를 새로 설계할 수 있다는 이성적 실존방식은 욕망과 자본의 논리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이미 넘겨버린 달력종이처럼 소용이 없어진 지도 오래입니다. 책을 통해 습득하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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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세상읽기] 서명(署名) 정치에 대하여 - 전성욱 한국어문학과 교수
2015.12.29 조회수 1000
[국제신문/세상읽기] 서명(署名) 정치에 대하여 - 전성욱 한국어문학과 교수전성욱한국어문학과 교수얼마 전 어느 분으로부터 자기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서명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일상의 작은 서명운동에서부터 이러저런 시국 선언문에 이르기까지 내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떤 개인적 분쟁의 당사자로부터 직접 서명을 부탁받은 것은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화 통화를 하던 당장의 상황에서 거절은 마치 정의에 가담하지 않는 회피처럼 스스로의 양심을 압박했다. 그러나 나는 그 분쟁에 대해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고, 분쟁의 반대편 사람들을 이런 서명의 연대로써 비판할 만큼 확신에 찬 결정을 내릴 근거를 갖고 있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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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국사회] 원혼과 증오와 국정화 - 권명아 한국어문학과 교수
2015.12.29 조회수 804
[야! 한국사회] 원혼과 증오와 국정화 - 권명아 한국어문학과 교수권명아한국어문학과 교수올해 아이를 잃고 상심에 잠겨 있던 오다기리 조가 으로 복귀했다. 드라마는 “너무 무리하지 마라”는 할머니의 염려 담긴 말로 시작한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아깝게 죽은 또 다른 친구의 장례식에서 돌아오며, 할머니는 타로에게 ‘죽음이 들러붙지 않게’ 하기 위한 작은 의례를 하고 집으로 들여보낸다.문명의 성격과 종교를 막론하고 인류는 ‘억울한 죽음’을 두려워했다. 이는 단지 전근대적 문화의 잔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혼을 달래 저세상으로 보내려는 여러 종류의 의례는 죽음에 대한 인류의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근대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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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오피니언] 배은망덕 - 정희준 체육학과 교수
2015.12.29 조회수 961
[부산일보/오피니언] 배은망덕 - 정희준 체육학과 교수정희준체육학과 교수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방황 끝에 가출을 하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어딜까. 부산이다. 가 본 적도 없지만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 그게 부산이다. 이렇듯 부산은 '로망의 도시'다.그런데 최근 부산의 모습은 꽤 허망하다. 침체의 길로 또박또박 걸어 들어간 부산시는 지금 거의 모든 경제·생활지표에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시는 계속해서 무슨 '중심도시', '국제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우리는 그런 구호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그런데 묵묵하게 부산을 중심도시, 국제도시로 만들어 준 것이 있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이다. 부산이 추락을 거듭할 때 부산의 활력을 홀로 외로이 책임진 것은 영화...